아파트 주차장에서의 뺑소니 현장 목격담

from Ji@memo 2007/11/24 01:00
누구나 차를 운전하다보면 주행보다 주차가 더 신경쓰이는 경우가 있다. 더구나 운전이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후면주차는 조금은 당혹스럽기도 하다. 그것이 아파트 단지의 주차장이고, 왼쪽의 차량이 하얀 주차선에 근접한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아파트 주차장에서 왼쪽편에 주차한 차량이 주차선에 가깝게 주차되어있고 후면주차를 하다가 발생한 작은(어쩌면 사소하게 느낄수도 있는) 접촉사고라고 하여도 그냥 도망가버리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다.

2007년 11월 23일 오후 3시 40분경 경남 창원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꼬맹이를 아파트에 내려주고 차 안에서 잠시 짐정리를 하고 있었다.

앞쪽으로 쥐색 누비라 한대가 보였다. 마침 내 옆자리가 비어있었으므로 '옆에 주차하려나 보다'하고 생각하고는 하던 정리를 마무리 하고 있었다.

그때 였다.

"쿵"

'무슨 소리지?'

고개를 들어서 창밖을 보니 누비라가 후면주차를 하면서 왼편에 주차되어있던 아반테의 전면 범퍼 오른쪽 편을 추돌한 것이었다.

누비라는 앞으로 차를 빼더니 주차공간으로 차를 다시 넣고 있었다.

'살짝 박은 모양이군. 주차를 다하고서 보려나 보네'

순진한 생각이었다.

누비라는 주차하는 척(이를 이영표의 헛다리 페인트 모션이라고 해야할까?) 하더니 그대로 차를 돌려서 휭하니 가버렸다. 황당했다.

급하게 차 문을 열고 내려서 "이봐요"라고 불렀지만 이미 차는 멀리 가버린 상태였고, 번호판을 외웠다. 그리고, 아반테 차량을 보았다.

본네트가 약간 튀어올라왔나 싶은 정도(이게 추돌에 의한 것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다)를 제외하고는 범퍼가 과도한 충격을 받은 듯한 흔적은 보이지 않았지만, 왠지 기분이 아주 좋지않았다. 이런걸 "뺑소니"라고 하는 구나 싶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누비라는 왜 그냥 간걸까?

1. 충격을 느끼지 못하였다.

만약, 그렇다면 누비라는 주차를 하였어야만 한다. 그러나 주차장에 차를 데려고 왔던 누비라가 그냥 다시 나가버린 것은 충분히 충격이 있었음을 인지하고서 그냥 가버린 것으로 보인다.


2. 아무도 없어서

아마도 충격이 있었음을 인지하는 순간 주위를 둘러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안심했을 것이고 속으로 생각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아무도 없구나. 그냥 가도 되겠다. 오늘 재수 없네'


3. 내가 외치는 소리를 못들었을까?

소심하고 지극히 내성적인 본인이 온동네가 떠나가도록 소리치지는 않았다. 단지, 차문을 열고 나가서 "이봐요!"라고 외친 정도였다. 거리상으로 약 20m 전후가 될 정도의 거리였으므로 안들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들은 것 같다.

보통의 굴곡이 있는 코너를 돌때 운전자는 반사적으로 브레이크를 한번 밟게 되어있는데, 그 차는 그냥 뱁따 코너를 돌아서 사라져버렸다.




이럴때 어떻게 해야할까?

1. 경찰에 신고를 하면...

인명사고가 난것도 아니고, 아파트 단지내의 단순추돌인데 경찰에 연락하기는 좀 사안이 작은 것 같았다.

2. 그냥 모른척 하면...

본인의 애마인 카렌스는 약 2주전에 후면 범퍼를 누군가가 제대로 찍어주어서 휘어져있는 상태였으므로 이와같은 보이지않는 차량 추돌의 피해자라는 동질감도 들었다.

그래서, 그냥 모른척 하기는 어려웠다. 2주전에 느낀 후면 범처의 추돌흔적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아무것도 모른상태로 차량을 운행하기 위하여 나왔다가 작으나마 변화된 차량의 외관을 본다면 기분이 상할 것 같았다.

3. 아반테 운전자에게 전화를 해주면...

솔직히, 2분정도 고민했는데 연락하지 않았다. 아반테의 단순외관을 보니 여기저기 긁힌 흔적도 많고 뒷쪽 문은 담벼락과 심하게 접촉한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로 보아 차량 주인이 이정도 사고에 울컥하지는 않을 것 같은 심성을 가진것으로 보였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서 전화해보았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아반테 승용차 유리창에 쪽지를 남기고 아파트 주차장을 나왔다.

"아반테 운전자님께. 금일 3시 40분경 쥐색 누비라가 귀하의 차량 오른편 범퍼를 추돌하고 그냥 사라져 버렸습니다. 차량 번호는 "*********" 입니다"


저녁 무렵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네. 저 실례지만 4시경에 저에게 전화를 하신 것 같은데? 누구십니까?"

구수한 경상도 말씀을 쓰시는 아반테 여성 운전자였다.

"아 네. 혹시 아반테 **** 차주시죠. 3시 40분경에... 아파트에서... 추돌이 되어서... 쪽지를... "

"예. 쪽지 봤구요. 그정도는 괜찮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신의 아반테 차량은 중고이며, 자신의 운전미숙으로 여기저기 긁힌 상처가 많아서 작은 충격에는 끄떡없으시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래서 기분 나쁘지 않느냐고 여쭈어 보았다.

"기분이야 나쁘죠. 하지만, 그냥 가신분의 마음도 이해가 되네요. 예전에 제가 유사한 작은 추돌 사고가 있어서 상대 운전자 분께 연락을 드렸는데, 그 운전자분이 아주 심한 욕을 하시면서 애들 밥이나 해먹이지 뭐하러 차는 끌고나와서 고생이냐는 핀잔을 받았고 작은 충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범퍼가 나갔느니 뭐라느니 하면서 수리비를 달라고 요구하는 바람에 아주 고생했었답니다. 아마도 그런 경험이 있어서 그냥 간 모양이네요. 아마도 그 누비라 운전자분도 저와 같은 경험이 있는 분인가 보네요"



상대방의 입장까지 이해하시려는 아반테 운전자분과 상대방에 대한 작은 배려없이 그냥 가버린 누비라 운전자분이 오버랩되면서 왠지 기분이 우울해지는 저녁이었다. 뭐든지간에 사실과 진실보다는 일단 목소리 큰 놈이 이기는 세상이라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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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24 01:00 2007/11/24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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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시인단테 2007/11/24 02:4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모든 운전자들이 저 아반데 차량 주인같았으면 ㅡㅡ;;; 요즘 증말 무서워서 차 끌고 나가기 힘들답니다. -_ㅜ
    흑... 미숙한 운전실력을 탓해야 하나...

    •  address  modify / delete 2007/11/26 20:32 Ji@self

      만약 모든 운전자분이 저 아반테차량같은 분들이면 보험사 망합니다. ㅋㅋㅋ

  2. 나니 2007/11/24 09:1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비슷한 경험이 있었죠.
    새벽하고도 한참이 넘어버린(2-3시쯤??) 시간에 주차를 하려다 보니 빼곡히 들어찬 주차장에서
    이리저리 방황하다 막다른 곳까지 들어갔다가 결국 주차하지 못하고 되돌아 나올때 쿵~~~
    남의 차 범퍼와 제차 옆구리가 그만 찌인한 Kissssssss...ㅠ.ㅠ
    새벽이라 전화는 못하고 메모 남겼더니, 다음날 전화와서 큰 사고 아니니 신경쓰지 말라던.....
    (저는 옆구리가 푹~~ 꺼졌지만 그 차는 정말이지 범퍼끝에 까진 상처만 남았;;;)

  3. Lane 2007/11/26 11:5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살다 보면 참... 세상사람들 마음이 다 내마음 같지는 않다는 걸 많이 느낍니다.
    호의를 가지고 행한 행동도 결국 결론이 나빠지는 경우도 많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는 것 같구요.
    하지만, 저건 문제는 문제네요.
    또 제가 같은 실수를 저질렀다면 어떻게 했을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니 또 장담은 못하겠네요.
    거참....

    •  address  modify / delete 2007/11/26 20:33 Ji@self

      울컥하는 마음에 차문을 열고 달려나갔지만, 혹시라도 그 차량이 "뭐야"이러셨으면 할말이 없었을 것 같답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