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외수의 플톡 BEST 15

2007/12/11 22:17
『꽃노털의 하악하악 소통법-여자도 여자를 모른다』라는 다소 도발적인 문구를 대문에 걸어두신  플톡 매니아가 계시다. 바로 "이외수"의 플레이 톡이다

2007년 3월부터 11월까지 이외수님께서 남기신 플톡 모든 글들이 삼퀘(유퀘 상퀘 통퀘)스럽지만, 그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BEST를 선정하여 본 블로그를 방문하시는 분들이 함께 공감 할 수 있었으면 한다.




1) 4월 19일  - 폐인에 대한 백신

(폐인에 대한 백신)요즘은 인생역전이라는 말을 늙은이들보다 젊은이들이 더 많이 남발한다. 살아보지도 않은 인생을 어떻게 역전시킨단 말인가. 게다가 대다수의 젊은이들이 로또를 역전의 주력무기로 생각한다. 당첨확률이 벼락을 두 번 맞을 확률만큼이나 희박하다는 로또를.


2) 5월 21일 - 아내들이여

아 내들이여. 남편들이 사랑고백을 자주 하지 않는다고 투정 부리지 말라. 남편들이 날마다 출근해서 녹음기처럼 되풀이되는 상사의 역겨운 잔소리를 참아내고, 자존심을 있는 대로 죽이면서 거래처에 간곡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고, 헤비급 역도선수의 역기보다 무거운 스트레스를 어깨에 걸치고 퇴근하는 모습, 그 자체가 바로 그대와 자식들을 사랑한다는 무언의 고백임을 명심하라.

최근 『금성에서 온 여자. 금성에 온 남자』를 다시 읽고 있는데 아내가 말했다.
"자기 이거 왜 또 읽어?"
"어... 당신을 잘 몰라서 이해를 좀 해보려고"
"어디 아퍼?"
"-_-"


3) 6월 5일 - 꽃들의 제안

(꽃들의 제안) 꽃병을 없애 주세요. 애완용 강아지나 고양이가 예쁘다고 머리를 절단해서 실내를 장식하지는 않잖아요.


4) 6월 7 일 - 사랑의 유통기한

사탕에는 유통기한이 있어도 사랑에는 유통기한이 없습니다. 콩깍지라는 유사품에 속지 마십시오. 부작용으로 인생을 망치시는 분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사랑의 진실성을 식별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는 발명되지 않았습니다.


5) 7월 2일 - 축구

다른 나라와의 축구경기에서 우리 선수들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 해설자들이 그라운드 상태가 엉망이기 때문이라는 둥, 비가 와서 잔디가 미끄럽기 때문이라는 둥 하는 따위의 변명을 상투적으로 늘어 놓는다. 아놔, 상대편 선수들은 명왕성에 가서 따로 경기하고 있냐, 그리고 비는 우리 선수들만 쫓아 다니면서 쏟아지고 있냐. 변명을 많이 할수록 발전은 느려지고 반성을 많이 할수록 발전은 빨라진다. 이것은 개인에게도 적용되는 일종의 법칙이다.

아마. 이때가 국가대표팀의 경기였던 것 같다. 편파를 넘어서는 해설자의 말투에 짜증이 많이 났었는데, 역시 콕 찝어서 지적해주셨다



6) 7월 13일 - 조폭

수년 전, 나를 존경한다는 조폭 오야붕 가족들과 고씨굴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십여 미터쯤 굴 속으로 들어갔을 때였다. 나는 갑자기 녀석의 얼굴이 창백한 빛깔로 굳어지고 있음을 의식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녀석에게 물었다. 얼굴색이 왜 그러냐, 어디 아프냐. 그러자 녀석이 난감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형님, 여긴 입구 말고는 토깔 데가 없잖습니까. 나는 그때 조폭에게도 직업병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글 읽으면서 회사에서 흔히 접하는 근골격계라는 직업병과 조폭의 토깔 곳을 찾는 폐쇄공포증간의 관계를 심각하게 고민해봤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정부는 조폭의 건강증진을 위하여 토깔 곳을 만들어줘라!



7)  7월 21일 - 악플

악플을 작성한 다음 엔터를 치면 '당신의 두개골에 드릴로 구멍을 뚫고 개념을 충분히 주입한 다음 자판을 두드리십시오' 라는 메시지가 돌출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라. 그대는 틀림없이 노벨 평화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런 프로그램이 만들어진다면 최고의 프로그램이 될 듯 싶다.



8) 8월 8일 - 장사

국내선 여객기가 이륙을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스튜어디스가 통로를 지나가면서 탑승객들에게 서비스로 음료수를 제공하고 있었다. 그 광경을 유심히 지켜 보던 네 살 짜리 여자애가 부러움에 가득찬 표정으로 탄성을 발했다. 아빠, 여긴 정말 장사 잘 된다 그치.


9) 8월 10일 - 지적 허영심

지적 허영심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은 남들과 일상적인 대화를 나눌 때도 습관적으로 국적불명의 버터를 처바른 단어들을 자랑스럽게 남발하는 특질을 나타내 보인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느끼한 음식이 싫을 때는 사양하면 그만이지만 느끼한 대화가 싫을 때는 사양하기 곤란하다는 사실을 절대로 감안하지 않는다.


10) 8월 13일 - 비유

이외수가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 라는 산문집을 내자 평소 이외수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던 사내 하나가 자기 블로그에 비난의 글을 올렸다. 자기가 여자도 아니면서 여자에 대해 잘 아는 척 책까지 묶어 내는 걸 보면 이외수는 분명히 사이비라는 내용이었다. 그 글을 읽어 본 이외수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파브르는 곤충이라서 곤충기를 썼냐?

ㅋㅋㅋ 파브로 곤충기를 가져오셔서 비유를 해주시는 이외수님의 글을 읽으며 혼자 키득거리게 만드셨던 백미다.


11) 9월 12일 - 내공의 산물

욕쟁이 할머니들이 경영하는 음식점을 손님들이 즐겨 드나드는 이유는 욕을 얻어 먹고 싶어서가 아니다. 욕 속에 용해되어 있는 할머니의 정감을 얻어 먹고 싶어서다. 정감은 아무나 흉내낼 수 있는 내공의 산물이 아니다. 곰삭은 애정을 바탕으로 손님들을 바라 볼 수 있어야만 터득되는 비술이다.

"곰삭"이라는 단어를 접하고, 처음에는 아주 당황했다. "시간이 경과하여 오래되어 익혀지다" 정도의 의미가 아닐까 추측하며 오랜 세월동안 다져진 이외수님의 어휘 선택 내공이 느껴졌다.

곰삭다[곰ː삭따]〔곰삭는, 곰삭아, 곰삭습니다〕
【동사】 소금을 넣어 저장한 음식이 오래되어 푹 삭다.

[예문] 그릇 그릇에 소금을 허옇게 얹어 돌로 눌러 놓으면, 자작자작할 때 젓갈로 먹고, 폭삭 곰삭으면 젓국 내려 김치 담아 먹고 하지요.



12) 9월 26일 - 졸라맨 3종세트

인터넷 찌질이들이 자기과시를 위해 탑재하고 다니는 졸라맨 3종세트-졸라 무식. 졸라 용감. 졸라 삽질. 사자성어로는 '졸무용삽' 이라고 한다.


13) 10월 7일 - 수소의 반대말

초등학교 일학년 짜리가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하는 삼촌에게 물었다. 삼촌 수소가 뭐야. 대학생 삼촌은 곁에 앉아 있는 여친을 흘깃 곁눈질한 다음, 자상하면서도 진지한 목소리로 수소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색깔도 없고, 맛도 없고, 냄새도 없는 가연성 기체로 화학원소 중에서 가장 간단한 원소인데 말이지, 가연성 기체라는 건 불에...그때 초등학생이 삼촌의 말을 가로막았다. 바보, 암소의 반대말이 수소야.

꼬맹이가 물었다.
"아빠. 2 더하기 2는  얼마야?"
"음. 4란다"
"아니? 틀렸어?"
"왜?"
"이 더하기 이는 덧니야"
"-_-"



14) 10월 16일 - 대학생

나는 삼촌만큼 크면 반드시 대학생이 되어야겠다. 삼촌은 대학생이다. 삼촌은 공부를 안 한다. 맨날맨날 놀기만 한다. 부럽다. 대학생이 되면 공부를 안 하고 학원에도 안 가고 맨날맨날 놀기만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크면 꼭 대학생이 되어야겠다-어느 초딩의 일기


15) 11월 22일 - 필기도구

필기도구라고는 연필밖에 모르는 철수에게 영희가 볼펜을 선물했다. 철수는 깎아 쓰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볼펜을 쓰레기통에 내던져 버렸다-이 예문의 행간을 읽지 못하는 난독증환자들은 대부분 영희가 볼펜을 선물하면서 사용법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중대한 결함으로 지적하면서 자신의 주장이 관철될 때까지 치기어린 논쟁을 거듭하게 된다. 물론 글자를 읽을 줄 안다고 책까지 읽을 줄 아는 것이 아니라는 충언도 알아 듣지 못한다.



지금 "이외수"의 플레이 톡을 방문하여 주옥같은 글들을 함께 감상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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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Rino 2007/12/11 23:03

    이외수 선생님 플톡은 매일매일 보고있는데....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내가 댓글 달았던 글들도 보이고...플톡을 보면 좋은 글들이 꽤 많은 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perm. |  mod/del. |  reply.
    • Ji@self 2007/12/13 08:57

      플톡을 보면 짧은 글 속에 자신의 생각을 담아낼수 있는 무림고수들이 많음을 세삼느낀답니다.

  2. nitenday 2007/12/12 00:21

    플톡이 아직도 서비스 되고 있군요..한참 열띨때 잠깐 하다가 접었는데,,

    perm. |  mod/del. |  reply.
    • Ji@self 2007/12/13 09:00

      저 역시 자주 들어가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외수의 플톡은 rss로 매일 구독하고 있지요. ^^

  3. Lane 2007/12/13 09:25

    확실히...
    평범하신 분은 아니신 것 같습니다.
    덕분에 한참을 낄낄거리다 갑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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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i@self 2007/12/13 18:04

      시각 자체가 독특하기도 하지만, 아주 평범함 속에서 재미와 감동을 만들어내는 어휘를 선택하시는 능력은 탁월하신것 같습니다.

  4. 엠의세계 2007/12/13 11:35

    파브르 곤충기 정말 대박입니다. 웃겨서 죽는 줄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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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i@self 2007/12/13 18:04

      ^)^

      즐거우셨다니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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